북 최선희, 폼페이오 비판하며 “미국과 대화 기대 점점 사라져” - 한겨레
31일 본인 명의 담화 내어
“인내심 더이상 시험 말라”
태도변화 촉구하며 여지 남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 평양/AP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31일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면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최 부상은 이날 본인 명의로 담화를 내어 지난 27일(현지시각)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한 발언을 꼬집으며 이렇게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27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미국 재향군인회 ‘아메리카 리전’이 개최한 행사 연설에서 ‘미국주의’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는 북한의 불량 행동(rogue behavior)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최 부상은 “최근 미국 상층부에서 우리를 걸고드는 심상치 않은 발언들이 연이어 튀여나오고 있다”며 “27일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북조선의 불량행동이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였다’는 비이성적인 발언을 하여 우리를 또 다시 자극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가 ‘불량행동’이라는 딱지까지 붙여가며 우리를 심히 모독한것은 그들 스스로가 반드시 후회하게 될 실언이다”라고 덧붙였다.
최 부상은 담화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지난 6월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실무협상 재개를 어렵게 만든다고도 지적했다. 최 부상은 “폼페오의 이번 발언은 도를 넘었으며 예정되여 있는 조미(북-미) 실무협상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뿐 아니라 미국인들에 대한 우리 사람들의 나쁜 감정을 더더욱 증폭시키는 작용을 하였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고 했다.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지연되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미국한테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최 부상이 언급한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은 2018년부터 시작된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취한 조처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평창겨울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3차례 남북 정상회담, 2차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과정 속에서 추가적인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단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 부상은 북-미 실무협상에 나오지 않겠다거나 협상 자체가 무산됐다고 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 여지를 남겼다. 그는 담화에서 “미국의 외교수장이 이런 무모한 발언을 한 배경이 매우 궁금하며 무슨 계산을 가지고있는가에 대해서는 지켜볼 것”이라며 “끔찍한 후회를 하지 않으려거든 미국은 우리를 걸고드는 발언들로 우리의 인내심을 더이상 시험하려들지 않는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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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1 03:26:15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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