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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 “최악은 막자” 공감대… 지소미아 극적 타결은 미지수 - 한국일보

한일 정상 “최악은 막자” 공감대… 지소미아 극적 타결은 미지수 - 한국일보

 문 대통령, 사전 약속 없는 상황서 아베를 이끌듯이 데려와 대화 
 정경두 “우리 안보에 도움 된다면 지소미아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오전(현지시간)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4일(현지시간) 환담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아세안(ASEAN)+3(한ㆍ중ㆍ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장에 도착한 아베 총리의 손을 사실상 문 대통령이 잡아 끌었다. 지난달 한일 총리 회담에 이어 양국 정상이 13개월여 만에 마주 앉으면서 갈등 상황을 더 악화시켜서 좋을 게 없다는 공감대만큼은 확인됐다. 하지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극적 돌파구까지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지소미아 문제의 해결을 공공연히 요구하는 상황에서 예정된 파국의 책임을 서로에게 물으려는 명분 쌓기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날 회의장에 먼저 도착해 아세안 정상들과 환담을 하던 문 대통령은 때마침 회의장에 도착한 아베 총리를 ‘이끌듯이’ 자신의 옆 자리로 데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의 통역이 없었던 탓에 영어 통역관이 ‘한국어-영어-일본어’로 바꿔가며 통역해야 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풀어사이드(약식회담)의 경우에도 짧은 시간에 얘기를 나누기로 미리 약속하는 것이지만 오늘 자리는 그런 협의가 없었다”며 “그래서 회담이 아닌 환담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빙 기류는 전날 갈라 만찬에서도 일부 감지됐다. 양 정상은 특별한 대화 없이 웃으며 악수만 했을 뿐이지만, 표정만큼은 앞선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8초 악수’ 때와는 확연히 더 누그러져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4일(현지시간) 오전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제22차 아세안+3 정상회의 전 기념촬영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실제로 여러 층위에서 당국 간 대화가 재개되는 모습이다.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등은 양국 정부가 이달 중순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를 계기로 한일 국방장관 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한일 양국이 마지막 순간까지 고위급 대화를 통해 지소미아 문제의 접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지소미아 만료와 관련해 “우리 안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하루 전 국회에 나와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 아니겠냐”라고 발언한 것보다 더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때문에 지소미아 유지를 요구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우리 측 분위기가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극적 반전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에 더 무게가 실린다. 당장 깜짝 환담에 대한 평가부터 한일 간 온도차가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아베 총리의 단호한 입장 전달’ 쪽에 무게를 실었다. NHK는 환담과 관련해 “아베 총리가 ‘한국과의 관계는 중요하고, 북한에 대한 대응에 있어 한일, 한미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으며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원칙을 우리가 바꿀 수 없다’고 못박았다”고 보도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이 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G20 의회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정무역 및 투자 촉진'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국회제공

우리 정부도 원칙론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고 대변인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일 기업을 상대로 모금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정부는 한일 기업의 ‘1+1’안 외에 공식적으로 더 제안한 것은 없다”고 거리를 뒀다.

때문에 한일 정부가 관계 개선을 장기 과제로 미루되, 당장의 관계 악화는 최대한 지연시키는 방향에서 상황을 관리해 나가려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아세안+3 정상회의가 오는 23일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양국 정상이 대면할 수 있는 마지막 외교무대라는 측면에서 이번 기회를 넘긴다면 한일관계의 극적 반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반대로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방콕=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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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4 19:4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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